[한경에세이] 어머니와 리더십

입력 2017-05-07 18:01  

함영주 < KEB하나은행 hana001@hanafn.com >


오늘은 45회 어버이날이다. 1956년 처음 어머니날이 제정됐고 1973년 어버이날로 재지정됐다. 사실 몇 회가 뭐 그리 중요하랴. 동서고금,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머니라는 말만큼 가슴에 큰 울림을 주는 단어는 없을 테니 말이다.

얼마 전 중국 선양에 있는 중국하나은행 분행에 갔다.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최근 실적이 많이 개선돼 그동안 애쓴 직원들을 격려하고자 들른 자리였다. 한 직원이 ‘어머니와 고향’이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낭송했다. 힘들거나 외로울 때 항상 자신을 받아주고 품어주는 어머니와 고향이 닮았다며, 이런 엄마와 고향이 있으니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는 내용이었다. 조금은 엉뚱하고 어설픈 시였지만 열정과 의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. 또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일에 매진할 수 있는 건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어머니의 존재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다.

필자는 후배 직원이나 젊은 대학생에게 섬김과 배려의 자세를 강조하곤 한다.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나의 어머니가 계신다. 학창시절 하숙할 때 일이다. 어머니가 하숙비로 쌀 일곱 말을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찾아오셨다. 쌀을 팔아 돈으로 바꿔 보내면 편할 텐데 무거운 쌀을 들고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길을 직접 오신 것이다. 처음에는 땀으로 범벅이 돼서도 아들을 보고 웃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. 농사짓는 어머니의 손이나 얼굴을 친구들한테 들킬까 봐 부끄럽기도 했다. 한참 후에 알게 됐다. 어머니는 직접 농사지은 질 좋은 쌀로 아들에게 찰진 밥을 먹이고 싶어 하숙비를 쌀로 가져오신 것이었다.

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어머니께 너무나 죄송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. 우직하기 짝이 없고 어찌보면 미련스러워 보일 정도의, 늘 한결같고 변함없는 게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을 대하는 모습이다. 바라는 것 없이 희생과 헌신을 베푸는 어머니의 마음과 닮은 ‘섬김의 리더십’이야말로 요즘같이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진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.

섬김과 배려의 자세는 역지사지(易地思之), 즉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. 일시적 방편이나 처세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돼야 나도 잘되는 것이라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.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이야말로 그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. 자식만이 아니라 동료와 선후배, 그리고 고객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다면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라 믿는다.

함영주 < KEB하나은행 hana001@hanafn.com >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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